대한민국의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은 50%(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 최대 60%)에 달해, 많은 기업들이 가업 승계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 부담과 지분율 희석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국내 대표 아웃도어·의류 OEM 기업인 영원무역그룹은 치밀한 지배구조 설계와 정교한 현금흐름 전략을 통해 약 800억 원대에 달하는 증여세 재원을 성공적으로 마련하며 재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에서 차녀 성래은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800억 원대의 세금을 ‘지분 매각 없이’ 배당과 급여, 그리고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해결해 나간 구체적인 전략과 그 시사점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지배구조의 정점, 비상장사 ‘와이엠에스에이(YMSA)’를 공략하다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는 전형적인 옥상옥(지주사 위의 지주사)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룹의 핵심 지배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 YMSA (비상장 지배회사) → 영원무역홀딩스 (상장 지주사) → 영원무역 및 영원아웃도어 (핵심 사업회사)
성기학 회장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지분을 직접 넘기는 대신,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비상장사 YMSA의 지분 50.01%를 성래은 부회장에게 증여했습니다. 이 한 번의 증여로 성래은 부회장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라인의 정점에 올라서게 되었지만, 동시에 약 800억~85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2. 800억 증여세 해결의 3대 핵심 공식
주식을 대량 매도하여 세금을 내면 경영권 지분이 위태로워집니다. 영원무역은 지분을 한 주도 처분하지 않고 오직 기업의 현금흐름(배당+급여)과 세제 혜택(연부연납)을 활용하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① 연부연납 제도를 통한 시간 확보
국세기본법상 거액의 상속·증여세는 담보를 제공하고 최대 5년(현재 세법 개정 기준 일부 연장 가능) 동안 나누어 낼 수 있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800억 원의 세금을 일시에 내는 대신, 연간 약 130억~150억 원 안팎으로 분할 납부하는 구조로 변경하여 매년 필요한 현금 규모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② 계열사 연쇄 배당 확대를 통한 현금 조달
가장 핵심적인 현금 파이프라인은 ‘배당’이었습니다. 배당의 흐름은 아래와 같이 유기적으로 작동했습니다.
- 사업회사(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에 거액의 배당을 지급.
- 영원무역홀딩스: 결산 배당을 대폭 늘려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YMSA에 현금 유입.
- YMSA: 유입된 자금을 바탕으로 지분 50%를 보유한 성래은 부회장에게 거액의 배당을 최종 지급.
실제로 증여가 이루어진 시기를 전후하여 YMSA와 영원무역홀딩스의 배당 성향이 크게 높아졌으며, 성 부회장은 YMSA로부터 수령한 배당 소득으로 매년 발생하는 연부연납 세액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③ 그룹사 임원 급여 및 상여금 풀가동
성래은 부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책을 겸임하며, 각 회사로부터 경영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수(급여 및 상여)를 수령했습니다. 매년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근로소득 및 보수는 배당소득과 함께 증여세 분할 납부 및 이에 따른 가산금(이자)을 변제하는 확실한 실탄 역할을 했습니다.
3. 부동산 매각을 통한 YMSA의 유동성 보강
승계 과정에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비상장사 YMSA의 유동성 확보였습니다. 성 부회장이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YMSA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YMSA는 보유하고 있던 서울 남산 빌딩 등 주요 부동산을 영원무역 계열사에 매각하며 일시에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이로 인해 YMSA는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성 부회장에게 원활하게 배당을 집행할 수 있는 풍부한 사내 유보 현금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4. 영원무역 승계 방식이 주는 명암과 시사점
[시사점과 강점]
- 지배력 유지: 핵심 상장사의 지분을 한 주도 외부에 매각하지 않아 지분 희석이나 경영권 위협 없이 승계를 완수해 가고 있습니다.
- 합법적 현금흐름 극대화: 편법 우회로를 찾기보다, 세법 테두리 안에서 배당·급여·연부연납을 결합하여 자금 출처의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남겨진 과제와 비판적 시각]
- 소액주주 가치 논란: 지배주주의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리고 부동산 내부 거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반 소액주주들과의 이해상충 문제나 회사 자금이 승계에 과도하게 동원되었다는 비판적 시선이 존재합니다.
- 고세율 소득세 부담: 배당과 급여 역시 최고세율 구간(지방세 포함 약 49.5%)에 해당하므로 소득세 부담이 매우 컸으나, 지배권을 지키기 위한 비용으로 감수했다는 평가입니다.
마치며
영원무역의 승계 케이스는 ‘사업회사의 실적 → 지주사 배당 → 최상단 지배회사 배당 → 승계자 증여세 납부’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완벽히 설계한 교과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중견·대기업 가업 승계를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는 지배구조 최상단 법인의 활용법과 합법적 현금 유동화 방안에 대한 벤치마킹 모델이 되며, 투자자들에게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의 배당 정책과 자금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분석 사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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